5K 기록으로 마라톤 완주 시간 예측 — 리겔 공식의 원리와 한계
"10K를 50분에 뛰는데, 풀마라톤은 몇 시간 걸릴까?" 이 질문에 40년 넘게 쓰여온 답이 리겔 공식입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연구를 따라가며 정리했습니다.
공식 하나로 모든 거리를 잇는다
엔지니어이자 러너였던 피터 리겔(Peter Riegel)은 1981년 American Scientist에 실은 글에서, 달리기·수영·경보 등 지구력 종목의 기록이 거리와 놀랍도록 규칙적인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시간과 거리는 거듭제곱 관계(t = a·db)를 따르고, 달리기에서 그 지수는 약 1.06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우리가 쓰는 예측식입니다.
T2 = T1 × (D2 ÷ D1)1.06
T1 = 이미 뛴 거리(D1)의 기록, T2 = 예측하려는 거리(D2)의 완주 시간. 지수가 1보다 크다는 것은 거리가 길어질수록 페이스가 조금씩 느려진다는 뜻입니다. 거리가 2배가 되면 시간은 2배가 아니라 약 2.08배가 됩니다.
예를 들어 10K를 50분에 뛰는 러너라면, 풀마라톤(42.195km) 예측은 50분 × (42.195 ÷ 10)1.06 ≈ 3시간 50분이 나옵니다. km당 페이스로는 10K의 5'00"에서 풀의 약 5'27"로 느려지는 셈이죠.
어디까지 잘 맞나
리겔 공식의 강점은 단순함과, 5K~하프처럼 비슷한 범위의 거리 간 환산에서의 정확성입니다. 입력 기록이 최근의 전력 질주 레이스일수록, 그리고 예측 거리가 입력 거리와 가까울수록 잘 맞습니다.
풀마라톤에서는 왜 어긋나기 쉬운가
문제는 하프 → 풀 구간입니다. 비커스와 버토식(Vickers & Vertosick, 2016)은 레크리에이션 러너 수천 명의 실제 레이스 기록을 모아 예측 공식들을 검증했는데, 리겔 공식은 짧은 거리 간 환산에는 무난했지만 풀마라톤 시간은 실제보다 빠르게(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주간 훈련량을 반영한 새 모델이 예측을 개선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유는 직관적입니다. 리겔 공식은 "어느 거리든 그에 맞게 훈련되어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엘리트 선수의 세계 기록들은 이 전제를 만족하지만, 주 30km를 달리는 아마추어가 풀마라톤에 나서는 경우엔 그렇지 않죠. 훈련량이 부족할수록 30km 이후 페이스 붕괴가 커지고, 실제 완주 시간은 예측보다 늦어집니다.
- 가장 잘 맞는 조합: 최근 6~8주 안의 전력 레이스 기록으로 가까운 거리를 예측
- 풀마라톤 예측은 하한선(이보다 빠르긴 어렵다)으로 읽고, 첫 풀이라면 예측치에 10분 이상 여유를 두기
- 훈련이 잘 됐는지가 변수 — 주간 주행거리가 많을수록 예측에 가까워짐 (Vickers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