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지 해석

크레아티닌 정상수치인데 eGFR이 낮은 이유: 검진 신장 수치 읽는 법

2026-09-01 · 근거: Inker LA et al. (2021) NEJM · KDIGO 2024 CKD 진료지침 · Cho JM et al. (2025) Kidney Res Clin Pract
먼저 분명히 해둘 것

이 글은 검진 결과지의 두 숫자가 왜 서로 엇갈려 보이는지를 설명하는 글입니다. 당신이 콩팥병인지 알려주는 글이 아닙니다. 만성콩팥병은 이상 소견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하며, 한 번의 검사값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크레아티닌은 참고치 안인데 그 아래 eGFR(사구체여과율)만 화살표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크레아티닌에 화살표가 붙었는데 eGFR은 멀쩡한 경우도 있습니다. 검사가 잘못된 것도, 결과지가 틀린 것도 아닙니다. 두 숫자가 애초에 다른 것을 재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레아티닌은 "콩팥 수치"가 아니라 "근육에서 나온 노폐물 농도"다

크레아티닌(creatinine)은 근육 안의 크레아틴이 대사되면서 생기는 노폐물입니다. 콩팥이 걸러서 소변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에 쌓입니다 — 여기까지는 흔히 아는 대로입니다.

문제는 혈액에 쌓이는 양이 콩팥 기능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얼마나 만들어지느냐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크레아티닌 생성량은 대체로 근육량에 비례합니다. 그래서 같은 콩팥 기능이라도

여기에 식이와 약도 끼어듭니다. 고기를 많이 먹은 직후, 크레아틴 보충제를 먹는 중, 검사 직전 격렬한 운동을 한 경우에는 값이 올라갑니다. 트리메토프림·시메티딘 같은 일부 약물은 콩팥의 여과 기능과 무관하게 세뇨관에서의 크레아티닌 분비를 막아 혈중 농도를 올립니다(Andreev 등, J Intern Med 1999;246(3):247–252). 이 경우 실제 사구체여과율은 그대로인데 숫자만 오릅니다. 세뇨관 분비는 KDIGO 2024도 크레아티닌의 대표적인 'GFR 외 결정인자'로 꼽는 요인입니다.

eGFR은 그 편향을 보정하려고 만든 추정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입니다. 크레아티닌 값 하나만 보는 대신, 나이와 성별을 함께 넣어 "이 사람 정도의 체격·연령대라면 이만큼의 크레아티닌은 어느 정도 여과 능력에 해당하는가"를 역산합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식은 2021년 CKD-EPI 크레아티닌 공식입니다(Inker 등, NEJM 2021). 구조는 이렇습니다.

2021 CKD-EPI 크레아티닌 공식

eGFR = 142 × min(SCr/κ, 1)α × max(SCr/κ, 1)−1.200 × 0.9938나이 × 1.012(여성인 경우)

κ = 0.7(여성)·0.9(남성), α = −0.241(여성)·−0.302(남성), SCr = 표준화 혈청 크레아티닌(mg/dL). 단위가 µmol/L이면 88.4로 나눠 mg/dL로 바꿉니다.

여기에 인종 계수는 없습니다. 2009년판에 있던 흑인 계수가 2021년 개정에서 제거된 것이 이 공식의 핵심 변경점입니다.

식을 보면 답이 보입니다. 0.9938나이 항목 때문에 나이가 한 살 많아질 때마다 같은 크레아티닌이라도 eGFR은 조금씩 내려갑니다. 성별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크레아티닌이 참고치 안이어도 나이가 많으면 eGFR이 60 밑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게 검진 결과지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엇갈림"의 정체입니다.

"크레아티닌 정상수치"라는 단일 정답은 없다

검색하면 "0.6~1.2 mg/dL"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검사기관·시약·측정법마다 참고치가 다릅니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는 크레아티닌 정상범위를 0.50~1.4 mg/dL로 안내하면서, 혈액검사 정상범위는 성별·나이·임신 여부·검사기관·검사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검사를 시행한 병원이나 검사실이 제시하는 참고치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명시합니다. 같은 병원의 신장기능검사 항목에서는 0.7~1.4 mg/dL로 다른 범위를 쓰기도 합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찾은 범위와 본인 값을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결과지에 함께 인쇄된 참고치가 그 검사실의 정답입니다.

한 가지 더. 크레아티닌 참고치의 상한을 그대로 "이상 없음"의 경계로 쓰면 근육량이 적은 사람의 신기능 저하를 놓치기 쉽습니다. 고령 여성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 검사지에는 크레아티닌만이 아니라 eGFR이 함께 인쇄돼 나옵니다.

eGFR 정상범위와 KDIGO G1~G5

eGFR의 단위는 mL/min/1.73 m²입니다. 체표면적 1.73 m²로 표준화했다는 뜻입니다. KDIGO 2024 진료지침은 이 값을 여섯 개 범주로 나눕니다.

GFR 범주eGFR (mL/min/1.73 m²)서술
G190 이상정상 또는 높음
G260 ~ 89경한 감소
G3a45 ~ 59경∼중등도 감소
G3b30 ~ 44중등도∼중한 감소
G415 ~ 29중한 감소
G515 미만신부전

여기서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을 짚겠습니다. G1·G2는 그 자체로 콩팥병이 아닙니다. KDIGO의 만성콩팥병 정의는 "eGFR 60 미만이거나 신손상 표지(알부민뇨 등)가 있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입니다. eGFR 75가 나왔다고 "G2 콩팥병 2기"인 것이 아니라, 알부민뇨 같은 다른 신손상 표지가 함께 있어야 비로소 CKD로 분류됩니다. 반대로 eGFR 55(G3a)라고 해도 그 한 번의 값만으로는 만성콩팥병이 아닙니다 — 3개월 이상 지속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KDIGO 2024가 특히 강조한 것

2024년 지침은 eGFR이나 알부민뇨의 단일 이상치로 만성성(chronicity)을 가정하지 말라고 실무지침에 못 박았습니다. 한 번 낮게 나온 eGFR은 급성 신손상(AKI)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발견된 낮은 eGFR이나 높은 ACR은 재검으로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탈수, 열이 나는 감염, 조영제 검사 직후, 수술 전후, 심한 설사 뒤에 잰 값이라면 진짜로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상태를 반영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검이 중요합니다.

eGFR도 완벽하지 않다 — 특히 한국인에서

eGFR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입니다. 실제 사구체여과율을 재려면 이눌린이나 이오헥솔 같은 물질의 청소율을 직접 측정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일상 진료에서는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추정식의 정확도는 어느 인구집단에서 만들었느냐에 좌우됩니다. 2021 CKD-EPI 공식은 아시아인 참여자가 적은 데이터로 개발됐습니다. 실제로 서울대·분당서울대 연구진이 한국인에서 이눌린 청소율로 실측한 GFR과 대조했더니, 2021 공식은 실제 값보다 중위 5.40 mL/min/1.73 m² 높게 나왔습니다(Cho 등, Kidney Res Clin Pract 2025). 2009년판(중위 +2.24)보다 오히려 편향이 컸고, 저자들은 한국에서 2021 공식 채택을 권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실용적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화면에 뜬 eGFR보다 실제 기능이 조금 낮을 수 있다는 여유를 두고 보세요. 특히 경계선(60 부근)에 있다면 더 그렇습니다. 공식별 차이는 eGFR 공식 비교 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결과지에서 실제로 봐야 할 것

  1. eGFR과 크레아티닌을 같이 본다. 크레아티닌만 보면 근육량 편향에 속습니다.
  2. 요검사 항목을 찾는다. 콩팥 손상은 여과 능력이 떨어지기 전에 단백질이 새어 나오는 것으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eGFR이 90이어도 알부민뇨가 있으면 위험 구간이 달라집니다. 시험지(dipstick) 결과만으로는 부족하고 요 알부민/크레아티닌 비(ACR) 정량검사가 필요합니다 — G×A 위험도 글에서 이어집니다.
  3. 작년 값과 비교한다. 절대값보다 변화 폭이 중요합니다. KDIGO 2024는 재검에서 eGFR이 20%를 넘게 변하거나 uACR이 2배 이상이면 통상적인 생물학적 변동을 넘는 변화로 보고 평가하도록 안내합니다(실무지침 2.1.3·2.1.5 — 원문은 만성콩팥병이 있는 사람의 추적 검사를 전제로 한 기준입니다).
  4. 검사 당시 상태를 떠올린다. 탈수·발열·고단백 식사·격렬한 운동 직후였다면 재검할 이유가 됩니다.
→ 내 크레아티닌으로 eGFR 계산하기
사구체여과율(eGFR)·신장 기능 단계 계산기 — 크레아티닌·나이·성별을 넣으면 2021 CKD-EPI eGFR과 KDIGO G 범주를 계산하고, 크레아티닌 참고치 대비 위치, 알부민뇨를 넣었을 때의 G×A 위험 구간, 다른 공식과의 차이까지 한 화면에 보여줍니다.
참고 문헌
  1. Inker LA, Eneanya ND, Coresh J, et al. New creatinine- and cystatin C-based equations to estimate GFR without race. N Engl J Med. 2021;385(19):1737–1749. 원문
  2. 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s (KDIGO) CKD Work Group. KDIGO 2024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the Evaluation and Management of Chronic Kidney Disease. Kidney Int. 2024;105(4S):S117–S314. 원문 PDF
  3. National Institute of Diabetes and Digestive and Kidney Diseases. eGFR Equations for Adults. 원문
  4. Cho JM, Cha RH, Kim DK, Chin HJ. Performance evaluation of Chronic Kidney Disease Epidemiology Collaboration equations for 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compared to inulin clearance in Koreans. Kidney Res Clin Pract. 2025;44(5):751–762. 원문
  5. Andreev E, Koopman M, Arisz L. A rise in plasma creatinine that is not a sign of renal failure: which drugs can be responsible? J Intern Med. 1999;246(3):247–252. 원문
  6.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크레아티닌(Creatinine) — 정상범위 0.50~1.4 mg/dL. 원문
  7.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신장기능검사(Renal function test) — Creatinine 참고치 0.7~1.4 mg/dL. 원문
면책 안내 — 이 글과 계산기는 검사 수치로 사구체여과율(eGFR)을 추정하고 KDIGO 기준 범주를 안내하는 참고용이며, 만성콩팥병을 진단하지 않습니다. 만성콩팥병은 이상 소견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하고, KDIGO 2024는 한 번의 eGFR·알부민뇨 수치로 만성성을 가정하지 말라고 명시합니다(단일 이상치는 급성 신손상일 수 있습니다). 크레아티닌 기반 추정식은 급성기·임신·근육량 극단(보디빌더·근위축·절단)·간경변·크레아틴 보충·고단백 식이·일부 약물 복용 시 부정확합니다. 성인 기준이며 소아·청소년, 투석·이식 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국인 연구에서 2021 CKD-EPI 공식은 실제 GFR을 과대추정하는 경향이 보고됐습니다. 이 결과로 약을 시작·중단·증감하지 마시고, 해석과 치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세요.